[하이에나 Life] 사람은 언제 건강을 잃어버리는가, 늙어버리는가(feat, 2024신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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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하여

연말이라 갖은 모임이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학생보다 직장인 친구들이 많아졌고, 직장인들은 강남에서 모이길 원했고, 하필 찾아온 극한의 한판 날씨에서 따뜻한곳에서 조용히 마시기를 원했고, 하필 강남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우리집이 그 타겟이 되었다.

가끔은 귀찮은척 하기도 하며, 안괜찮지만 괜찮은척 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실 난 너무 편하다. 친구들을 보내고 다시 추운 바깥으로 나가도 되지 않으며, 나름 구색을 갖춰놓은 방에 손님들이 찾아오는걸 즐긴다. 11월에는 약속이 전~혀 없어서 살짝 심심했지만, 연말모임으로 차분하게 한잔 하는건 즐겁다.

최근 연이은 모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은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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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들은 건강 소식은, 인터넷에서 TJ holowaychuk이라는 개발자에 대해서 알게된 것이다. 역사에 길이남을 이 천재 개발자는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인생의 정말 많은 시간을 코딩에 쏟아부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개발자는 이제, 하루에 2~3시간씩만 코딩에 몰입을 하고, 남은 시간을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것에 대해 집중한다고 하였다. 프로젝트에 집중하는것도 좋지만, “Don’t neglect other areas of your life (or people).” 라고 명시적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공부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쥐휴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때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친구들과의 약속, 만남을 떠올려 볼 때,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개발 혹은 돈이 될만한 것들에 대한 공부들도 결국 인생의 한 부분임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나의 삶의 일부분을 더욱 더 희생해서 이를 돈으로 바꾸어내고자 했지만, 이 천재개발자가 이렇게 말했기에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 인생에 있어, 일정시간 일시적으로, 삶을 송두리째 바꿔서 어떤 프로젝트에 몰두해서 돈으로 바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순간들이 생길때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가치판단이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결국 건강(을 포함한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삶 등)을 지키며 무언가를 영위해 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떠올려보면, 내가 스스로 경험하며 얻었던 교훈 중 하나는, 집밖에 나가지 않고 풀재택을 하며 돈을 많이 받는 프리랜서보다, 주변사람들과 대화하며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쌓아나가는게 더 유의미하고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이를 확장하면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 vs 집단개발을 확장시켜, 개발 vs 삶으로 확장해보면, 동일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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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들은 건강 소식은, 친구들과 친구들 주변사람들의 건강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집안에 있었던 가족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 어려움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나름 장수집안에, 머리숱도 아직 풍성했기에,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크게 고민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보다 튼튼했기에 남들의 건강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던 것 같다. 길게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주변사람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어떻게 순식간에 많은것들을 잃을 수 있고, 어떻게 시야가 바뀌게 되는지를 듣고 나니 경각심이 생기게 되었다.

아프면 약을 먹고, 안되면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나? 라는 건강할때의 오만한 생각은, 바뀌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많은 것들을 예방하고,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뻔한 이야기이고 뻔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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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들은 건강소식은, 평소 좋아하던 코딩 관련 유튜버가 “코딩실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을 본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손목, 눈, 목, 허리 등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균나이가 꽤 높았던 회사, “가우디오랩”이라는 회사를 다닐 때, 40대, 50대 들의 일하는 모습과 넋두리를 들었던게 생각났다. 허리가 아파서, 목이 아파서, 주사를 맞으러 다니고 좋은 자세와 통증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들었던게 생각이 났다. 이역시 아파본적이 없었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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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로 알게된 건강과 관련된 깨달음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주변을 통해 들은것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통증이 느껴져서 알게된 건강과 관련된 깨달음이 아니다.

오늘의 깨달음을 뼈에 새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2024년 1분기 OKR로 설정했다. 아직은 고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개월뒤에 그 결과를 봐보고 싶다.


사람은 언제 나이가 드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순 숫자가 올라갔다고 나이가 드는게 아니다.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무엇인가가 변해버렸을 때, 나이가 들었다고 판단한다. 또한 그 판단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목주름이 보일수도 있고, 옷스타일, 앞머리 스타일, 말투 등 많은것들이 다를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들을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을까 떠올려 보았다.

20살, 21살때, 군대를 다녀온 형들을 보면 정말 나이가 들어보인다고 생각했다. 날렵한 턱선을 유지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몸매와 상관없이 턱의 모양새에서 느껴지는 어떤 나이턱이 있었다. 그때, 스스로 생각하길, 나무에게는 나이테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나이턱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서는, 취업을 한지 1~2년정도 지난 형들이 정말 나이가 들어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라빠졌던 사람들도 어느덧 뱃살이 생겼다. 뱃살이 생기지 않았다고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는가? 라고 생각하면 아니였다. 직장인이지만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형들도 나이가 들었다고 느껴졌다. 어디서 나이가 느껴졌을까? 바로 삶의 반짝임을 잃어버렸을 때이다. 다양한 부분에서 느껴졌지만 특히 눈이였다. 눈을 반짝이며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경직된 표정으로 이따금씩 웃으며 터덜터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반짝임을 잃어버린 눈, 조금 더 경직된 얼굴,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 등 많은 것들이 로봇 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이따금씩 돌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떤 강”을 건너버린 사람들 같다. 원피스라는 만화책에서 “쿠마”가 인격개조를 당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 같다. “취업”을 하면, 어떤 대가를 받고 인격의 일부를 가져가버리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생”들도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뭔가 “취업”을 한 사람들은 중요한것들을 더욱 많이 빼앗겨버린듯한 느낌을 느꼈다.

어느 주말, 약속이 없어 하염없이 의미없는 쇼츠를 보던 나는, 새로운 웹툰을 발견하고 배터리가 꺼질때까지 스크롤을 내렸다. 배터리가 꺼지고, 알수없는 공허함에 검정 화면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까만 스크린을 계속 보았고, 그 스크린속에서 굳어져있는 나의 얼굴을 보았다. 경직되어있는 얼굴이 무섭게 느껴졌다. 다음날 회사에 나갔는데 왜이렇게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회사사람들과 보드게임을 한판하며,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았다. 한때 나의 눈이었던 그 눈,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한 눈들을 보고나서야 내가 무얼 잃어버렸는지 깨닫게 되었다.

호기심, 장난, 순수함, 뭔가 그 소중한 그것을, 형이상학적인 그것을, 잃고싶지 않아 인스타 프로필명을 purist로 했지만, 결국 나에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왜 사라졌을까?

단순히 일을 시작하게되면 인생의 중요한것들이 마법처럼 사라지는걸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라고 내리게 되었다.

친한 지인 A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날 A가 오랜 친구B를 만나러 갔는데, B는 한달에 5억씩 버는 주식 트레이더가 되어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던 모두가 부러워 했지만, A는 “절대 부럽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말 확신에 가득차서 말을 했다. 5억/month라니… 믿기지 않을정도의 금액이였지만,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A는 B가 변했다고 한다. B는 오랜만에 만난 A를 눈앞에 두고도 차트를 계속 바라보았으며, 매일매일 가장 단시간에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경직되었으며, 신경질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한달에 5억을 버는 삶은 또 다른가보다… 하고 넘겼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러한 삶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B라는 분의 모습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과 공통점을 느꼈으며, 이는 어떤 것에 “중독”되어 있는 모습과 동일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내가 생각한 나이든 모습은 “중독되어있는 사람의 모습”인 것이였다. 내가 원하던건, 신경질적이더라도, 세후 월 500만원 정도는 벌어주는 능력있는 싸가지없는 직장인의 모습이였을까? 평균이상 버는 직장인? 뭐 그런 삶에 도달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해나가고 있는걸까?

나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 것일까? 열심히 하면 조금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에 중독되어있을 수도 있고, 직접 요리를 하는수고보다 빠르게 배달앱을 통해 (맛의)쾌락을 느끼는 루틴에 중독되어 있을수도, 일생각으로 복잡해진 머리를 쇼츠로 빠르게 씻어내리는 숏폼 콘텐츠들에 중독되어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도 세그웨이로 빠르게 다녀오는것도 중독이며, 가끔먹던 커피를 매일 꼬박꼬박 먹는것도 중독일 수도 있겠다. 나의 모든 루틴을 중독이라고 규정하긴 어렵겠지만, B씨의 모습에서 근 1년동안의 나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직접 요리를 해주고, 해먹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간지 모르겠다. 20~40분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다니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주말에 차분히 영화를 한편 보던 나를, 지하철에서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던 나를, 주말이면 친구들과 춤추고 웃던 나를, 식물들에게 물을 주며 쓰다듬어주던 나는 이제 잃어버린 것 같다. 돈이되지 않는 것, 쾌락을 얻기위해 인내해야 하는 것, 주변에 대한 감사함, 고민없이 잠들던 나날들, 모두 잃어버린 것 같다. 커리어를 위해 노력한다는 변명아래, 귀찮지만 소중하기도 한 무언가를 던져버린 것 같다. 그렇게 말로만 아낀 시간들은, 그리 유용하게 쓰인것 같지도 않다.

고민하고, 찾아보고, 떠올려본 결과, 아직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전부 잃어버리지도 않았으며, 아직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는 기억이 나는 것 같다. 2024년에는 하나씩 다시 찾아나갈 것이다. 2023년, 2022년, 2021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찾아올 것이다.


건강5

따라서… 진심으로, 장난인척 했지만, 모두 함께 건강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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