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정글 1주차] 에세이 -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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톧아보다

동기들과 짜장면을 먹고 전민동의 가장 아름다운 카페중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밤 늦게까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벌써 적응이 되었다. 백준 알고리즘문제에서 잠시 손을 떼고, 향긋한 커피향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5개월 뒤의 나는 어떨까? 시간이 주어지면 안하던 의심 들이 이렇게 시작된다.

의심을 하며 나의 과거를 돌아본다. 후회는 없다. 열심히 살아왔고. 재미있게 살아왔고, 나의 길을 만들어 나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으로 돌아갈 필요를 느꼈다. 그때문에 내 몸뚱이는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 터이다. 자연스럽게 무엇을 얻어내고자 이곳까지 흘러 왔나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신감과 지식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자신감’과 ‘깊은 컴퓨터관련 지식’이다. 사실 두개는 연관되어있다. 내가 얻고자 하는것은 CS에 대한 아주아주 깊은 지식,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에 걸맞는 자신감까지 얻어내는 것이다.

공부에 대해 가장 자신감을 얻었을 때를 기억해 보면, 미국에서 디지털회로 수업을 들었을 때이다. 본래의 학교와는 커리큘럼이 완전히 달랐으며, prerequisite course도 예상치 못했다. 결국 수업을 따라가고자, 시간을 내어 아주 fundamental한 부분 까지 파고들며 공부 했었다. 약 2달 뒤… 미국에서는 아니겠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그 어떤 학부생보다 verilog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한 자신감이 자기가 행하고자 하는 일들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인생에서도 그러한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시야도 넓어질 수는 있겠지만… 무언가 뿌리가 되어줄만한 자신감을 만들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인더스트리에서 보통 T자형 인재라고 한다. 자신의 도메인 knowlege가 있는 분야가 있을 테고 그를 중심으로 넓게 퍼진 식견을 가지고 있는게 바람직 하다는 뭐 그런 의견이다. T자형 인재가 아니라면, 얉고 넓게 알거나 혹은 좁고 깊게 알거나 인데, 사회는 얕고 넓게 아는것을 딱히 필요해 하지 않는 것 같다. 적당히 깊고 넓게 아는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 컴퓨터 지식 관해서, 뿌리가 되는 부분을 내가 스스로 채우게 된다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T자형 인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좋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나갈 예정이다.

what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해야할 것은 정해져 있다. 이미 다양한 경험으로 약 30년을 채워왔고, 나의 방향은 컴퓨터라는것은 확실히 정해졌다. 이제는 뿌리를 채워야 한다. 좋은 SW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그 뿌리. 그 자신감을 여기서 채우면 되는 것이다. Pintos를 끝내고 나면 ‘내가 OS만큼은 우리나라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라는 정도급의 자신감이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자신감 경험은, 추후 사회의 여러 풍파 속에서도 나의 뿌리를 잊지 않고, 나의 경험들을 믿고, 자기 확신을 가진 상태로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how

그렇다 해야할 일은 컴퓨터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끝까지 파고들고, 고민하고, 해결하고, 자신감을 쌓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임해야할까? 나의 과거 경험과 연결지어 공부 할 예정이다. 매일같이 봤던 다양한 유튜브, it업계에서 주워들었던 지식들, 어렸을 때 부터 가졌던 궁금증, 코딩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들, 유용하지만 불편했던 앱, 과거 행동들 중 결과가 좋았던 것들… 모두와 연결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기술을 쓸 때는,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왜 이렇게 써야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다. 안되면 기초부분부터 찾아보고… 억지로 해나가면 안된다. 내가 가져왔던 깊은 갈증들을 하나씩 해소 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why

작년에 AI개발을 하면서 항상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코드를 짜는게 맞나?’, ‘이렇게 해주고 돈을 받아도 되나?’와 같은 종류의 불안감이였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추후에도 impostor syndrome으로 시달릴 것 같았다. 20대후반~30대초반 사회 초년생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강한 확신을 가졌던 경험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컴퓨터 분야는 그러한 경험이 적었던 것 같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험들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나의 작은 성공들을 기록하고, 큰 성공들을 기억하고, 그 감정과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은 뿌리깊게 박혀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동료의 버그를 하나 해결해주고 감사의 인사를 들으면, 이를 기록 해 두는 것이다. 미래의 내가 수백시간에 걸쳐 pintos OS를 완성한다면,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위에서말한) 얻고자 하는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confirm

기분좋게 술에 취하신 장병규 의장님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주 100시간 이야기를 꺼내셨다.

추운 겨울날, 눈 잠깐 붙이고 코딩하던 그 시절을 이야기 하셨다.

맥주를 한잔 하며 의장님에게 물어봤다.

“의장님은 동아리방 때의 일들이 많이 기억나시나봐요?”

의장님이 천장 위의 어딘가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씀해 주셨다.

“네… 그러네요. 나는… 그때가 참 많이 생각나요…”

내가 만약 어느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얻게되면 자연스레 나의 과거를 떠올릴 것 같다. 여수에서 부모님이 반강제로 시켰던 학원공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매일매일 밤 12시까지 강제야자를 했던 시간들, 도서관 지하1층에서 아침 8시까지 과동기들과 신시(signal&system)공부를 했던 시간들, 미국에서 3시간씩 자며 verilog를 공부했던 시간, 그리고 SW정글에서 주100시간을 공부했던 시간들.

나도 나중에 맥주를 한잔 하며 “라떼는 말이야…”를 한번쯤 이야기 할 터이다.

그 때는 나도, “네… SW정글 할때, 그때가 참 많이 생각나네요” 라고 말할 것이다.

훌륭한 SW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성공한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의 인생을 이렇게 계속 살아나간다면..

나의 뿌리가 SW정글에 있음을 잊지 않고, 내가 여기에 있었음을, 기억 할 것이다.

지금 이순간 카페에서의 옆 동료들, 함께 만들어 낸 프로젝트들, 좁았던 기숙사 침대,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낼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5개월을 보내고, 그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미래의 나를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순간일 것이기 때문에..

나는 뿌리를 길러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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